집에서 옷을 만들어 입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표현했지만 그건 가풍의 한 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옷에 대해 거부하는 행동이 한번씩 나올 때마다

조금씩 못 배워먹은 여자라는 뉘앙스를 깔았다.

그들은 가끔씩 못 배워먹은 여자라는 걸 각인시키기 위해 생활비를 직접 받아가게 했다.

 자칫 잘못하면 40평 아파트가 날아갈 수도 있었고,

자동차도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녀는 어떤 부분에서는 그들의 낚싯대에 걸린 물고기가 될 수도 있어서 불안했다.

신발 때문이라면 좋은 걸로 하나 사는 게……. 그러다가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운동화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운동화처럼 쉽게 바꾸거나 빨아버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성서공단을 가로질러야 지름길이다. 공단지역은 건물이 너무 단조로워 블록마다 지나면서 건물 몇 동을 순서대로 세면서 걸었다. 인도는 보도블럭이 반듯하게 놓인 것보다 어긋나 비뚤어진 것들이 많았다. 보도블럭도 자신을 놔둔 곳이 서서히 뒤틀려 밀려나거나 패인 곳으로 처박힐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진 않았을 것이다. 토사물 찌꺼기가 마치 알몸에 우중충한 옷을 걸친 것처럼 비쩍 말라 보도블럭에 달라붙어 있다. 이런 건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혐오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그게 사람 몸에서 나온 것이다. 몸에 있는 어느 부분이 혐오스럽다면 어떻게 생각을 바꿔야 마음이 편안해질까 고민하는 중이다. 지금 그녀의 심정은 처음부터 제대로 다져놓지 않은 곳에 헛발을 내딛는 심정이다. 가을이 지나가겠지. 그렇게 시간은 지나가고, 좋은 시간이 올 것이다. 도로에 덜 마른 플라타너스 잎들이 굴러 떨어져 있다. 아스팔트 등짝을 쓱쓱 긁어주러 천천히 내려앉을 것이다. 서로를 오랫동안 지켜본 사이이니 서로 부끄럽지도 않고 편안하겠다. 자동차 바퀴만 굴리다가 오랜만에 등 긁어주는 낙엽에게 잠깐동안이나마 의지가 될 것이다. 노부부가 서로 등 긁어주는 것처럼 말이다.

옷을 만들기 위한 원단과 부재료를 사려고 서문시장을 다녀왔다

발품 팔아 사온 천이 그녀의 남자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

그것이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옷에 대한 요구는 골치가 아플 만큼 다양하고 까다로웠다.

아마도 그녀의 남자는 몸에 손톱만한 작은 돌기가 돋아나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그녀의 남자에게 그 돌기를 감쌀 수 있는 옷을 만들어 입혀 키운 것 같았다.

그녀의 남자는 입던 옷을 벗으면 아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녀의 남자는 그들과 더불어 서로를 이해했다. 그것은 그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은밀한 비밀이었고,

다른 사람은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서로 엮여있다는 것은 공유하는 것들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들과 그녀의 남자 외에는 그것에 관심을 가지면 영역 싸움을 벌일 수도 있는 침범으로 판단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불청객인 셈이었다.

그들은 절대로 아닌 척 너스레를 떨었지만 진심의 진위는 파악할 눈치는 있는 여자였다.

눈금으로 잴 수는 없지만 육감은 그러한 거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그들과 밀착할 수록 끈적이는 정도가 강해지고 있었다.

돌기들이 그녀에게로 서서히 비비대기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다가왔기 때문에 그녀는 알아채기가 어려웠다.

그보다는 지대한 관심을 쏟아주는 헛말들에 휩싸여 있었다.

진득하게 액을 묻혀 날마다 조금씩 슬금슬금 다가오는 그들의 냄새가 찜찜했지만

그것은 환경이 바뀌어서 예민해진 탓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몸에 이상이 온 것 때문이거나. 그녀는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부터 어떤 책임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녀의 남자에게 좀 비릿하고 느끼하고 때론 어두운 마음을 드러내라고 말해 보았다.

가끔씩 병원을 들먹이며 같이 갈 것을 부탁을 했지만 그녀의 남자는 도리어 화를 냈다.

그들은 그녀의 행동을 그녀의 남자보다 더 먼저 눈치채고 긴장했다. 서로 말이 오고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