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을 하다보면 실이 엉킬 때가 있다

Posted by hisapa
2015. 9. 15. 11:43 카테고리 없음

 

 

 

 

 

바느질을 하다보면 실이 엉킬 때가 있다

 

 

 

 

 

 

 

 

 

 

 

그럴 땐 실을 끊거나 얼버무려야 한다.

실밥이 드러나, 보기 싫으면 아무래도 매듭을 짓고

다시 실을 세팅해야 한다.

며칠 후면 결혼 12주년이다.

바늘은 실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지 못 한다

 

신고 다니던 운동화는 평소에도 발이 불편했다.

돈 생각 말고 좋은 걸로 하나 살 걸 그랬다.

집이 등에 달라붙는 것 같아서 한기를 느꼈다.

바깥 공기라도 마셔야할 것 같다. 가볼 때가 있다.

 

배낭에 물병 하나와 초콜릿 한 통, 신문은 깔개용으로 챙겨 넣었다.

햇빛 차단용 마스크와 챙 있는 모자도 챙겼다.

집을 벗어났다. 승용차로 30분이면 가는 거리지만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하려니 마음이 바쁘다.

곱씹어 나오는 말들을 집어삼킨다.

 

사는 게 장난이거나 회피할 만한 것이고 위험하대도

그게 모두 놀이라면 깊은 고민은 줄어들 것이다.

상념이 머릿속을 맴돌고 발걸음은 서걱거린다.

약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

어쩌면 오늘 만큼은 많이 걸을 거니까 필요 없을 듯도 하다.

 

조금밖에 안 걸었는데도 가슴이 답답하고 다리 근육에 힘이 없다.

너무 오랫동안 운동을 안 했다.

마스크 때문에 갇힌 눅눅한 숨이 입과 콧등 주위에 꿉꿉하게 달라붙는다.

 

 

좋은 세월에 웬 바느질이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세상에는 이해 못할 일도 있는 법이다.

얼마 전에 재봉틀을 못 쓰게 됐다. 바닥에 내동댕이쳐

바늘대가 떨어져나가고 실고리가 찌그러졌다. 본체도 성하지 않다.

 

 

 

 

게시글 공유하기